요가 숙련자들 사이에서 초보자임을 들키지 않는 방법
  1. 비록 새로운 공간에 도착했지만 주변을 어슬렁 어슬렁 둘러보지 않는다.
  2. 혹여나 본인의 마음에 들지 않더라도 요가원의 처음 눈이 마주친 빈 공간을 향해 직진한다.
  3. 수업 시작 전, 보란듯이 먼저 눈을 감고 가부좌를 튼다.
  4. 요가 구루의 이미지를 떠올리며 명상과 나는 한몸이라는 허상을 연출한다.
  5. 생소한 요가 동작명에 주눅 들지 않고 행여 미간을 함부로 꿈쩍이지 않는다.
  6. 머릿속 한구석에 칠판을 열어 아사나명과 동작의 주요한 포인트를 적되, 그 칠판을 타인에게 들키지 않는다.
  7. 마침내 전혀 따라갈 수 없는 동작이 시작되면 얼굴을 살짝 찡그리며 초월적 몰입의 뉘앙스를 풍긴다.
  8. 순간 잔근육에 힘을 주어 미묘한 떨림을 만든다.
  9. 떨림이 계속되면 깊은 숨이 섞인 한숨으로 깨달음의 무게를 연기한다.
  10. 머리카락을 살짝 헝클고 다시 눈을 감는다.
  11. 마지막 송장 자세에 들어서면 기어코 요가 숙련자가 된 미래의 나를 마주하며 반갑게 인사를 건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