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가 숙련자들 사이에서 초보자임을 들키지 않는 방법
- 비록 새로운 공간에 도착했지만 주변을 어슬렁 어슬렁 둘러보지 않는다.
- 혹여나 본인의 마음에 들지 않더라도 요가원의 처음 눈이 마주친 빈 공간을 향해 직진한다.
- 수업 시작 전, 보란듯이 먼저 눈을 감고 가부좌를 튼다.
- 요가 구루의 이미지를 떠올리며 명상과 나는 한몸이라는 허상을 연출한다.
- 생소한 요가 동작명에 주눅 들지 않고 행여 미간을 함부로 꿈쩍이지 않는다.
- 머릿속 한구석에 칠판을 열어 아사나명과 동작의 주요한 포인트를 적되, 그 칠판을 타인에게 들키지 않는다.
- 마침내 전혀 따라갈 수 없는 동작이 시작되면 얼굴을 살짝 찡그리며 초월적 몰입의 뉘앙스를 풍긴다.
- 순간 잔근육에 힘을 주어 미묘한 떨림을 만든다.
- 떨림이 계속되면 깊은 숨이 섞인 한숨으로 깨달음의 무게를 연기한다.
- 머리카락을 살짝 헝클고 다시 눈을 감는다.
- 마지막 송장 자세에 들어서면 기어코 요가 숙련자가 된 미래의 나를 마주하며 반갑게 인사를 건넨다.